아버지는 새벽 5시 투석시간부터 배로 연결된
복부투석 줄을 가위로 끈어 버리겠다며
엄마 오빠 언니 가족들 모두 진을 다 빼놓았나 보다
아버지를 이겨보려다 이기지 못하고 일요일 아침잠
깰거라는 걸 알면서 더 미안한 목소리로...
"고모 아버지 어떻게 해!..오빠도 어머니도 다들
못해 보겠어...미안하지만 좀 와봐요.."
언니의 전화에 그와 함께 세수도 하지 않은 얼굴로
가 보니..그래도 조금 얌점한 모습으로 누워 계신다..
휴~ 한숨돌리고...
"나 누구에요 아빠?"..
"마!!"
그래도 정신은 멀정하나 보다는 심정으로
"그런데 다 알면서 왜 이 줄을 끈어버리고 싶어...!"
"아버지 왜?..이 줄 끈어버리면 아버지 죽어..."
"마! 안죽어"...아직은 그래도 목소리 만큼은 누구
한테도 지지 않을 정도로 기운차다...
"아버지 그나마 죽이라도 드실 수 있는게 이 투석 줄 때문이야..."
"마~~!!! "...말이 막히면 무조건 "마!!"하신다..
아버지가 악을 쓰며 대답하면 난 아버지보다
더 큰 목소리로 야단을 쳐 댄다..
오빠도 어머니도 아버지에게 감히 대들어 보지도 못하고
달래기만 하는데..아버진 이제 어린아이와도 같다..
자기보다 강하게 나가면 조금은 수그러 드시니...
그걸 모르는 오빠와 어머니는 행여 아버지가 상처받을까봐
해 야 할 소리를 다 하지 못하고 가슴만 쓸어 내린다..
피순한이 안 되는데다가 물로 깨긋이 씻을 수 없으시니
늘 수건으로 닦아드리고 가렵지 않게 약 발라드리는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조금이라도 덜 가려울까 싶어 식구대로 다 아버지를 보면
수건 들고 닦아드리건만 그래도 각질은 하얗게 하염없이
떨어진다...
그의 말처럼 나이가 들고 피가 통하지 않아서 이지만
하루에 두세번을 닦아도 지져분해 보이는건 사실이다.
지쳤었는지 한없이 가렵다고 "등긁어라..."다리 주물러라."
아버지의 주문이 끝이 없다..
진을 다 빼고 집으로 돌아오며 어서 아버님 제사 끝나고
26일이 되야 내 님과 아이들은 조금 불편하겠지만
그나마 어머니도 오빠도 나도 편할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집에 있어도 마음은 불편한걸 보니..차라리 내가 조금
불편한게 낳지 싶다..
올케언니도 아픈 다리를 이끌고 어떻게 아버님을 이겨낼 수도
없고 그때마다 시누이를 불러 댈 수도 없는 입장이라
난감하기가 이를대 없다.
죽고 싶다고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삶..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낳다는데..
조금 참아주면 얼마나 고맙고 옆에서 간호하는
사람도 그나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텐데..
무상할 수 밖에 없는 일상에 감당하기 힘든 고통일지라도
어머니를 봐서 이겨내 주고 단 한끼라도 드리고 싶은 만큼
드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어린 아이와도 같은 아버지. 한번씩 정신을 놓아버리는 건
그냥 만사 잊고 싶어서 그런척 하시는 건지..
올케언니에게 그럴땐 조카를 이용해 달래보라고 해 두고
돌아왔지만 답답한 건 어절 수가 없다..
어린 손녀딸이 "할아버지 참으세요!"하면 그나마
참아주기라도한다면 하구서
더 이상 어머니 힘들지 않게 했으면 하고 바래 봅니다..
2004년 2월 22일 현당출처 : 거문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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