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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이영광

글꽃 2015. 11. 15. 07:56

-이영광



나무들은 굳세게 껴안았는데도 사이가 떴다 뿌리가 바

위를 움겨 조이듯 가지들이 허공을 잡고 불꽃을 뜅기기

때문이다 허공이 가지들의 기합보다 더 단단 하기 때문이

다 껴안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들의 손

아귀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 리가 없다 껴안는다

는 것은 또 이런 것이다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져 다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글거리는 포옹 사이로 한 부르튼 사나이를 유심히 지나가

게 한다는 뜻이다 필경은 나무와 허공과 한 사나이를. 딱

따구리와 저녁 바람과 솔방울들을 온통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구멍 숭숭 난 숲은 숲字로 섰다 숲의 단단한 골다

공증을 보라 껴았는다는 것은 이렇게 전부를 다 통과시켜

주고도 제자리에,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이다